1.고령화 사회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소설 속에서 찾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 및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런 소설도 있다. 일본 소설가 가키야 미우의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소설 속에서 일본 정부는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70세가 되면 전국민 누구나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초유의 법안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국회를 통과한 법은 2년 뒤에 시행될 예정이며, 이미 70세가 넘은 모든 노인들 역시 법안이 시행되면 일제히 사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법으로 정해지자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디까지나 소설이지만 이런 설정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소설 속에서 젊은이들은 노령 인구가 늘어난 탓에 자신들이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늘어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세금으로 다 나간다고 불만이다. 또한 노년이지만 아직 팔팔한 이들이 현역으로 일하고 있어 자신들의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토로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내용이다.
노인들은 노인들대로 불만이다. 지금처럼 나라가 성장하기까지 자신들의 희생이 있었는데 젊은이들은 그것이 당연한 것인양 말하며 노인을 무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젊음을 바쳐 나라를 위해 애썼으니 이제는 나라 덕을 보는 것이 대체 무슨 잘못이냐는 논리다. 역시 익숙한 이야기다.

소설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이야기가 현실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소설 속 두 집단의 의견이 저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유가 너무나 이해가 된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도 변했는데 사회와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저출산이 늘어나니 일하는 사람이 부족해 연금은 고갈되고 나라에는 돈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 경제가 성장을 해야 하지만 늪에 빠진 듯한 저성장 시대다. 이제 80~90년대와 같은 호황기는 꿈도 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득표를 위해 출산율 증가와 일자리 창출, 경제 성장을 부르짖는 정치인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리는 듯하다.
소설의 배경은 일본이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결코 남의 집 사정이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물론 지금 말하는 노인은 흔히 떠올리는 예전 노인의 이미지는 아니다. 같은 나이여도 예전보다 덜 늙었고, 체력도 좋다. 현역으로 일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노인의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대간 갈등 역시 일본과 똑같이 일어난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는 걸까?
사회적 시스템을 대거 손봐야 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수술을 섣불리 시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누구 하나 손해보지 않는 대책은 마련될 수 없으니 결국 싸우다 시간만 흐를 뿐이다. 소설은 원론적이게도 이때 필요한 것이 이해와 양보라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 소설 속 주인공인 도요코 씨네 가족에게는 이 이해와 양보가 없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자기 입장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다보니 매사 갈등을 빚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당연하게도 가족 관계는 무너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다행히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말이 났다. 장르상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여기고 읽었음에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허구의 이야기라지만 현실 속 한국사회를 빗대가며 읽다보니 단순히 이야기만으로 치부할 순 없는 작품이었다. 아래에 소설 줄거리를 간략하게 적어본다.
2.소설 70세 사망법안 가결 줄거리

일본 인구 중 고령자 비율이 30%를 넘어서자 정부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다 급기야 ’70세 사망법안’이라는 초유의 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한다. 2년 뒤 정식 시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평범한 주부인 50대 도요코 씨는 이 법안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바로 와병중인 시어머니 때문이다. 자리보전을 한 뒤 시어머니는 허구한 날 며느리 도요코 씨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난 사람 같다. 시도때도 없이 불러대는 건 예삿일이고, 작은 것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꼬투리잡기 일쑤다. ‘2년만, 딱 2년만 참으면 된다’ 도요코 씨는 속으로 되뇌며 법안에 찬성한다.
“이제 일을 그만두려고 합니다. 조기 은퇴랄까요.” 남편이 어느날 선언했다. 그래, 평생 회사 일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은퇴한 뒤 퇴직금과 모아놓은 돈으로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럼 그동안 시어머니는 누가 돌봐주지? 아들? 딸? 시누이들? 여행 생각에 들떠있는 도요코 씨에게 남편이 덧붙인다. “무슨 소리야, 나 혼자 갈 건데? 당신이 어머니를 돌봐야지.” 도요코 씨는 폭발하기 직전이다.
“노인들 때문에 우리같은 젊은 사람들이 일 할 자리가 없는 거라고, 젠장.” 대기업을 그만둔 뒤 다시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아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게 자리를 꿰차고 있는 노인들 탓이라고 한다. 할머니 수발이고 뭐고 다 귀찮은 딸은 아예 나가서 살고 있다. 시누이들은 자기 엄마인데도 돌 볼 생각을 않더니 유산 이야기가 나오자 득달같이 달려와 마음에도 없는 애교를 부리고 앉아있다. 도요코 씨는 더없이 화가 나는 이 상황에 미쳐버릴 지경이다. 결국 이전까지 해 본 적도 없는 특단의 결정을 내리는데…….
3.가키야 미우의 작품들

이 작품을 쓴 소설가 가키야 미우는 1959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회사 생활을 하다 2005년 등단했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유독 가족을 다룬 이야기가 많다. 파묘 대소동, 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시어머니 유품정리, 이제 이혼합니다,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등 제목만 봐도 뜬금없는 줄거리가 아닌 평범한 우리네 사람들이 겪는 보통의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읽다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무한공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제목(원제) : 70세 사망법안 가결(七十歲死亡法案,可決) |
작가 : 가키야 미우(垣谷美雨) |
발표 : 2015년 |
분량 : 362쪽 |
- 도서 관련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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